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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제목

이천사년 칠월 마지막날의 일기

작성자
코스모스
작성일
2006.11.09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555
내용
지글지글 타는 7월의 하루 낮.

거리를 떠돌던 부끄러운 발걸음 돌려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면

살아온 하많은 날의 곤고함은
백미러속 기사님의 검게 그을은 이마
깊게 팬 주름 골골로 흘러내리고

여자아이를 안은 젊은 엄마는
못다한 젊은 날의 욕구들을
어린 딸의 귀고리, 머리옷장식들에 매달고서
버스에 오른다.

돌이켜보면,
허망한 허욕들과 무모한 바램들과 헛된 호기심과
손쉬운 무력증, 우울들과 값싼 자포자기들과는
쉽게 흥정하고 타협하고 술로 쉽게 잊어버리는 간편함으로 무장한채
사람물결에 떠밀려 기웃기웃 얼굴 들이밀다가
이내 술기운으로, 무관심들로 돌아간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해리포터.. 이딴 따분한 세상이 아니라 이곳 아닌,
신나는 마법이 통하는 세계로 훨훨 떠나고 싶은 오늘은
나도 해리포터가 된다.
시간의 강을 건널 수만 있다면...

외로울 때는 외로워할 뿐.
마음 허한 곳을 메우려고 비비틀며
매일 밤늦게까지 비디오를 빌려보거나
밤새 게임을 하거나 허공에 헛발질도 해대지만...
외로울 때는 다만 마음껏 외로워하자.

오늘도 얼굴을 가린채, 신문들로 TV로 인터넷으로
연일 큰 사건들속을 헤집고다니며
내게 일어났던 자잘하고 사소한 일들에 안도하고
이내 잊어버리고 내일을 맞는다.

삶을 산다함은
부끄러운 모습 되짚어
서늘한 이마에 손얹고
무수한 자책 흘리며 걸어가는일.
내 하루도 번민없이 잠든 날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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