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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칼럼

제목

설탕의 유혹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11.03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956
내용
건강하던 우리집의 막내가 목욕탕에서 졸도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아내와 나는 극도로 긴장하였다. 혹이나 중한 병이 왔나 별의 별 걱정이 다 되었다. 여러 검사결과 당내성검사에서 예상치도 않은 이상이 발견되었다. 당뇨병은 아니나 정상도 아니었다. 혈당이 빨리 올라갔다가 심하게 떨어져서 저혈당으로 졸도를 일으킨 것이었다.

나의 진료실에는 병은 아니나 정상도 아닌 이런 상태의 환자들이 많아 졌다. 막내의 경우와 같이 혈당이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위로 솟구쳤다가 급강하되어 그 혈당수준이 저혈당에 이르게 되면, 포도당에만 의지하며 살고 있는 뇌세포가 현기증을 일으키는 현상이 발생된다. 뇌세포의 통제를 받고 있던 신체가 쓸어지게 되는건 자연스런 결과인 셈이다. 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하여도 아무 이상은 없다는 데, 힘이 없고 어지럽고 의욕이 없고, 힘이 빠진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다.

한 세대 전에만 해도 당뇨병은 그리 흔하지 않았다. 이제는 주위에서 흔하게 듣게된 병이다. 스트레스가 많아져서 그렇다고 하기도 하고 다른 이유들이 열거되기도 한다. 이중에서 무엇보다 주요한 원인이 설탕이 주범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당뇨병이 걸리면 설탕을 먹으면 안된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으나, 설탕을 많이 먹으면 정말로 당뇨병이 된다는 사실은 흔히 설마 하는 대답들이다. 유감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인류가 좋은 입맛을 위하여 기막힌 조리법들을 발명하게 된 건 최근 백년 남짓한 일이다. 산업혁명이후 기계가 발명되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인류는 엄청난 삶의 변화를 가지게 되는데, 이 변화중 하나가 조리법의 발전이다. 사탕수수에서 설탕이 가공되고 우리는 음식의 전반에서 설탕이 가미되는 식사를 하게된다. 산업화된 사회에서 한사람이 일년간 먹는 설탕의 양이 130 파운드에 달한다고 하니, 설탕을 먹을 일이 없었을 원시인류와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양적 비교가 된다.

설탕의 법칙이 있는데, 첫째, 20년 법칙이다. 즉 설탕을 지나치게 먹으면 20년 후에는 당뇨가 온다, 둘째, 70파운드 법칙, 국민 일인당 연간 70파운드의 설탕섭취를 넘어서면 생리적 이상이 나타난다. 선진국 일인당 섭취량이 130 파운드에 달했다는 결과는 이미 인구의 상당수가 설탕대사에 이상적 대사를 갖게 되었다는 간접적 증거가 된다.

실제로 80년대 말에 미국인구의 2/3가 '기능성 저혈당' 이라는 생리적 이상상태에 있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기능성 저혈당이란 무엇인가. 바로 우리집 막내가 경험한 현상이다. 식사를 하고 삼십분이 지나면서 혈중에는 혈당이 서서히 올라서 한시간에 정상(160정도)에 달하고 그후로는 천천히 내려가 정상 혈중농도(80-120)를 유지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기능적으로 이상이 오면 급속히 오르고 그 정상의 수준이 정상보다 엄청 높게 오르고는, 빠르게 내려가서 최소치가 정상수치 이하로 내려가고, 최고치와 최소치의 낙차가 100 이상이 되면 힘이 빠지고 축 늘어지게 된다. 70 이하로 떨어지면 저혈당 증상들이 일어난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해지고 우울해지며 잠도 안오고, 짜증이 늘고 일에 흥미를 잃게 되는 우울증상이 일어난다. 불안증이나 우울증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흥미러운 사실은 파나마의 사탕수수 농장주인들은 대개가 당뇨병에 걸리는데, 노동자들은 사탕수수를 많이 먹어도 별로 그렇지 않더라는 보고이다. 사탕수수를 씹어 자연설탕을 그대로 섭취한 노동자들은 병이 오지 않는다. 아프리카 줄루원주민들도 매일 다량의 사탕수수를 먹는데도 당뇨병 발생율은 미미하다. 이런 사실은 자연원료의 설탕은 몸안에 들어와서 여러단계의 대사과정을 거쳐서 에너지원이 되는데, 가공설탕은 몸에 들어오는 즉시 에너지로 환원되므로, 용불용설(用不用說) 자연섭리에 의해서 인체는 간단한 대사과정으로 전환되는 퇴행발전적 진보를 하게된다. 결국 오랜 세월동안 생리적 적응(이상)이 진행되고 결국엔 당뇨병이 된다.

미국인 한 사람이 한 해에 마시는 소프트드링크 양이 한 드럼(200리터)이 된다는데, 우리의 젊은이들이 마시는 콜라, 사이다 등 소프트드링크의 양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들 드링크에는 상당량의 설탕이 들어있어서, 어려서부터 먹게되면 치아건강에 크게 문제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음료를 정크드링크(junk drink; 보잘 것없는, 시시한 음료)라 부르는 이유는, 설탕으로 인한 칼로리는 높은데 다른 영양소는 없어서, 인체내에서 흡수하여 처리하는 데는 인체내의 영양소를 소모하게되고 결국 득될 것이 없다는 의미이다. 인스탄트 식품, 햄버거 같은 패스트식품를 정크후드(junk food)로 부르는 이유도 이와 같다.

안절부절 못하고, 갑자기 흥분하고, 누가 뭐래도 듣지 않고, 소란스러운, 스스로 절제심이 부족한 젊은이들이 날로 늘어난다. 이들은 물론 아이들까지도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위에 열거한 정크 드링크, 정크후드이다. 이러한 행동의 이상이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설탕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이는 모든 식품에서 설탕을 제거하면 이런 문제가 제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년범의 교정원에서 실시한 연구에서도 이런 결과는 증명된다. 원내의 자동판매기를 없애고 식품에서 설탕을 제거하고 조리하였더니 원내의 구타 등 사건이 현저히 감소하였다는 보고이다. 곧 저혈당이 문제의 주범이었다는 사실이다. 저혈당 상태에서는 공격성이 증가하게 되니까.

영어에 오후의 우울(afternoon blue)란 말이 있는데, 식사후 너댓시간이 지나면 저혈당으로 무기력감이 오는 현상이다. 커피브레이크라 하여 커피 한잔, 다과를 먹는 습관도 산업혁명 이후에 공장주들이 노동자의 능율 향상을 위하여 고안된 제도가 보편화되었다니 흥미러운 현상이다.

현대인이 먹는 가공된 식품들은 인체의 생화학적 대사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현대인류가 탄생한 이래 약 4 만년 동안 인체는 별로 변화하지 않았는데, 근세 백년의 조리법이 인체를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 선진국의 주요 사망원인들인 심장병, 뇌졸중, 동맥경화, 당뇨, 등은 모두 기본적으로 음식에 그 원인이 있다. 그래서 우리의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우리는 원시 토속적 식사습관으로 회귀함이 가장 바람직 할 것인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환경이라면 가능한 설탕부터 피하고 살아야 할 일이다. 설탕의 그 달콤한 유혹은 쉽게 뿌리치기 어려운 현실이다. 모든 식단에 눈에 안보이게 깔려있고 그 입맛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경구가 얼마나 값진 말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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