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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칼럼

제목

자살의 정신역동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11.03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4019
내용
자살의 정신역동(Psychodynamics of suicide)

많은 정신과 질환들은 자살이라는 비극적 종말을 맞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자살은 주요정동장애와 가장 뚜렷한 관련이 있고 따라서 본 장에서는 좀 더 자세하게 이 문제를 다루게 된다. 자살의 정신역동적 측면을 평가하기 전에 먼저 한 가지 단서를 다루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즉 자살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심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생물학적인 것일 수 있다. 자살환자의 정신치료적 작업에 의하여 밝혀진 정신역동은 어떤 면에서는 신경화학적 변화의 2차적인 것일 수 있으며, 따라서 정신치료적 접근과 함께 가능하면 약물학적, 신체적 치료방법들을 충분히 사용해야 한다. 심한 자살환자는 정신치료만으로 불충분한 경우가 많다. 한 비교연구에서 정신치료를 받은 심한 우울증 환자의 단지 16%만이 좋은 결과를 보인 반면에 정신치료와 약물치료를 동시에 받은 환자는 83%, 그리고 전기경련요법(ECT)을 받은 환자는 86%가 좋은 결과를 나타내었다. 결국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이론적 순수성보다 휠씬 중요하다.
다른 모든 행동이나 생각들과 마찬가지로 자살행동과 자실사고(suicidal behavior and ideation)도 중복결정(overdetermination)과 다중기능(multiple function) 원칙의 최종산물이다. 자살의 동기는 매우 다양하며 또 모호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치료자는 자살의 역동적 근원에 관하여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기 전에 특별한 전이-역전이 발달에 주의하면서, 환자 개개인에 대하여 주의 깊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Freud(1917/1963)는 우울증의 역동에 대한 자신의 이해에 입각하여, 오로지 자기 스스로를 하나의 대상으로 취급함으로써만 자아는 자기 자신을 죽일 수 있다고 가정하였고 따라서 자살은 전치된 살해충동(displaced murderous impulses)의 결과, 즉 내재화된 대상을 향한 파괴적 소망이 자기를 향하게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구조 모형을 발표한 후 Freud(1923/1961)는 가학적인 초자아에 의하여 자아가 희생당하는 것이라고 자살을 다시 정의하였다. 자살에 대한 Karl Menninger(1933)의 시각은 좀 더 복잡하다. 그는 적어도 세 가지의 소망, 즉 죽이고 싶은 소망, 죽임을 당하고 싶은 소망, 그리고 죽고 싶은 소망 등이 자살 행동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다른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소망은 내부의 대상으로만 향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살이 생존자의 삶을 파괴하기 위하여 계획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것은 임상적 경험을 통하여 재차 확인된다. 예를 들면, 우울증 환자는 자살만이 부모에 대한 유일하게 만족스러운 복수방법이라고 느낀다. 환자의 배우자 역시 자살의 목표가 될 수 있다.
자살환자의 대상관계에서 반복되는 유일한 주제는 가학적 박해와 박해를 받는 희생자 사이에 벌어지는 하나의 드라마이다. I씨의 경우에서처럼 환자를 비참하게 만들고 고통을 주는 내적 대상이 존재한다. 반대로 환자는 박해자와 동일시함으로써 주변환경의 모든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다. 때로 환자들은 자살을 통하여 박해자에게 굴복하는 것이 이 드라마에서 가능한 유일한 결론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내부의 박해자는 “비밀스런 집행인(hidden executioner)"이라고 불려져 왔다.
또 다른 증례들에서는 공격성(aggression)이 자살의 동기 중 휠씬 덜 중요한 역할을 한다. Fenichel(1945)은 자살이 재결합의 희망(reunion wish), 즉 이제는 옆에 없는 사랑했던 사람과의 즐겁고 마술적인 재결합을 성취하는 것이거나 사랑하는 초아자상과의 자기애적 결합일 것이라고 하였다. 대상의 상실이 자살행동의 배후에 있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으며 많은 자살환자의 경우 상실한 대상을 향한 강한 의존적 열망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자살은 상실한 모친상과 재결합하려는 퇴행적 소망일 수도 있다. 1978년 Guyana에서의 집단살인과 집단자살 당시 Jim Jones 목사가 자신의 머리를 총으로 쏘기 직전에 한 마지막 말은 “어머니... 어머니”였다. 병적인 애도과정이 자살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이 경우의 자살은 사랑하는 사람이 사망한 기일에 행하여진다. 즉 한 연구를 통하여 자살과 부모의 기일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있음을 증명되었다. 한 환자의 자존심과 자기통합이 상실한 대상을 향한 애착에 좌우될 때 자살은 자기결속력을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J는 24세 된 여성으로 정신병적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쌍둥이 오빠가 2년 전 자살로 사망하였다. 그가 사망한 후 그녀는 생활로부터 위축되었고 자살을 감행하였다. 또한 자신의 오빠와 정신병적으로 동일시하여 자신을 남자라고 하기도 하고 오빠의 이름일 자신의 것이라고도 하였다. 그녀는 항우울제, 리튬, 그리고 전기경련요법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오빠 없이는 삶을 유지할 수 없다고 느꼈다. 결국 그녀는 오빠의 기일에 자살하고 말았다.

한 환자의 자살 위험성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예측인자들과 관련된 정신역동적 주제가 주어져야 한다. Clark와 Fawcett(1992)는 954명에 대한 전향적 연구에서 자살 예측에 있어 장기 위험요인과 단기 위험요인을 구별하는 것이 유용함을 밝혔다. 공황발작, 정신적 불안, 즐거움과 관심의 심각한 상실, 불안에서 우울 혹은 분노로 정서가 갑자기 변화하는 우울성 혼돈, 알코올 남용, 집중 저하, 전반적 불면증 등 7가지 인자들은 1년 이내의 자살을 예측하는데 유용한 인자였다. 절망감, 자살상념, 자살의지, 자살의 과거력 등은 장기적인 위험요인이었다.
절망감(hopelessness)은 자살위험의 지표로서 우울증 자체보다도 더 유용하며, 거듭되는 좌절에도 불구하고 바꿀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자기 시각과 관련된다. 만일 자기가 해야만 한다고 기대하였던 것에 맞추어 살아가지 못한다면 결국 절망감에 빠지게 될 것이고 이때의 유일한 선택은 자살일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Arieti(1977)는 자신의 지배적 이상주의나 지배적 타인의 기대를 변화시키지 못하는 환자들은 자살 위험이 높은 상태에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자살사고를 평가함에 있어서 그 환자의 이상이 자아동조적일 때 자살 위험성이 더 높다. 즉 이 환자들은 자살사고를 받아들일 만한 것으로 인식하고 자신을 죽이고자 하는 충동에 맞서 싸우기를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자살을 정신역동적인 맥락에서 이해하기 위해서, 치료자는 반드시 유발사건의 성질, 의식적 그리고 무의식적 동기, 그리고 자살사고의 행동화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기존의 심리적 요인들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몇 몇 연구자들은(Smith 1983: Smith와 Eyman) 투사적 심리검사를 사용하여 심한 자살 기도자와 타인을 조정하기 위하여 자살을 가정하였던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자아기능과 내적 대상관계의 네 가지 유형을 밝혔다. 심한 자살기도자는 내놓고 의존적이 되는 것에 대하여 갈등하면서도 양육 받으려는 유아적 소망을 포기하지 못하고, 죽음에 대하여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나 양가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 기대(self-expectation)가 지나치게 높고, 정서 특히 공격성을 과도하게 자제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유형은 여자보다 주로 남자에게 더 많기는 하지만 공격성에 대한 억제적인 태도는 심한 여성 자살기도자를 단순한 자살가장자와 구분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검사소견들은 특정한 자살 행동 뒤에 숨어 있는 자살의 다양한 동기보다는 환자 개개인에 있어 자살을 선호하는 기존의 심리구조가 더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Gabarrd 지은 <역동정신의학>에서 부분 발췌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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