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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칼럼

제목

사스 공포 체험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11.03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3417
내용
사스는 공포의 대명사가 되었다. 사스(SARS)는 중증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의 약자이다. 중동이 전쟁으로 혼란에 빠진 시간에 동남아는 사스의 공포에 휩싸였다. 마치 영화 <조스>에서 식인상어가 나타난 해수욕장의 피서객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듯, 홍콩에서 사업하는 한국인들은 가족들을 대피 귀국시키고 사업은 파멸에 직면하고 있다는 나쁜 소식도 들린다.

이런 경황 속에 나는 고민스러운 카나다 여행을 감행하였다. 여행 목적지가 카나다 내에서도 사스의 최대 오염지대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토론토였기 때문에 고민이었다. 기십만원의 비싼 학회비를 내고 사전등록을 했으니 아니 갈 수도 없고, 뉴스를 접하면서 병에 걸릴까 겁도 나고 여행을 포기할까 주춤거리며, 학회가 취소되었으면 했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녀왔다.

현지에서 들으니 종합병원의 외래진료가 문을 닫고 응급실만 열려 있으며 감염을 우려하는 의사들이 진료를 기피하는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고 하였다. 시내거리나 주택가는 그런 뉴스와는 전혀 다른 평화 그 자체였다.

인천공항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마스크를 하고 다녔다. 출발하는 부산의 공항부터 인천, 밴쿠버, 토론토 어느 공항치고 썰렁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나도 인천 공항 약국에서 N-95 라는 분진 예방용 특수마스크를 사서 착용하였다. 국제공항들의 그 복잡하고 와글와글 북적대던 분위기는 간 데 없고 인적 드문 시골 기차역이 연상되는 썰렁한 분위기가 침통한 느낌마져 들었다. 이래서야 항공산업이 며칠이나 버틸까 걱정될 지경이었다.

사람이 적은 덕분에 사람대접을 받기는 했다. 입국심사도 별로 대기하지 않고 쉽게 끝났고 짐을 찾으니 곧장 밖이다. 참으로 편리하였다. 항상 이랬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들었다.

막상 토론토공항에 입국하니 몇 동양인들만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귀국길에 토론토 피어슨공항 커피점 앞에서의 일이다. 백인 할머니가 혼자 앉아 있기에 곁에 양해를 구하고 의자에 앉았는 데, 그녀의 남편이 커피를 받아오자 둘이서 슬그머니 한 자리 건너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었다. 동행한 교포 말씀이, “요즘 사스 소동으로 챠이니스 곁에는 앉지를 않으려 한다” 는 것이다. 비교적 인종차별이 없다는 카나다에서 사스가 등장하고는 동양인들이 도매금으로 눈총을 받는 모양이다.

매스컴들의 사스문제에 대한 과장 보도에 대하여 중국 정부는 사스는 새로운 병이 아닌 데,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술책이라며 공식적으로 불쾌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제시대의 관동 대지진이 생각난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그것을 해석하는 입장의 차이는 엄청난 대중의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이다.

사스가 동남아권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한두 증례의 의심증례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참 신기한 현상이다. 일제시대에 이질에 걸리면 일본 사람들은 다 죽고, 조선인들은 살았는데, 그 까닭이 조선인들은 고추를 먹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번 사스 경우에는 우리가 마늘을 먹으니 괜찮다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럴듯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마늘에는 면역을 강화시키는 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참석하였던 학회는 영양과 깊이 관계되는 국제분자교정의학회였다. 흥미러운 대답이 거기에 있었다. 영양과 사스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의아스럽기는 하겠으나 흥미롭게도 열쇠는 거기에 있다.

사스는 엊그제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으로 발표되었다. 미국질병예방센터는 사스의 원인균으로 생각되는 이 변종 바이러스의 게놈지도를 완성했다고 한다. 따라서 치료와 예방책이 급진전할 전망이다. 이 게놈은 1만 7500여개의 화학물질(단백질 배열)로 곧 그 전모가 공개될 예정이라는 데, 현실적으로 효과적인 항바이러스 물질의 개발은 신통치가 않다. 왜냐하면 개발된 물질이 있더라도 이 작은 생명체들은 금방 새로운 변종으로 도망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해답은 간단한 곳에서 발견된다.

이미 1960년대에 일본뇌염 치료에 비타민씨의 대량 정맥주사요법이 발표되었다. 굿맨길맨이 저술한 약리학 교과서에 실려 있는 정보인 데, 실제로 거의 모든 의사들은 이 사실을 믿지 않고 치료수단으로 시행하지 않는다.

대량의 비타민씨가 바이러스를 죽인다. 또한 암치료의 보조적 치료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방면의 대가인 미국의 리욜단박사는 사스 문제에 대하여 간단하고 명쾌한 답을 얘기한다. 비타민씨 대량 주사로 쉽게 사스는 완쾌된다고. 뇌염바이러스가 후유증 없이 회복된다는 예전의 정보를 인정한다면 이 제언이 결코 새로운 사실이 아님을 이해할 수 있다. 사스의 치료약이 아직 불명한 가운 데 해답은 얼마나 명쾌한 대답인가.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이 병에 걸려도 잘 낫는 데, 허약한 노약자나 어린이가 희생될 뿐이다. 비타민씨는 우리몸의 구성물질이다. 영양물질인 비타민씨가 부작용도 없이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가능하게 한다니 이열치열인 셈이다.

사스는 바이러스 전염병이다. 보다 지독한 독감인 셈이다. 새로운 인간들이 태어나듯이 새로운 바이러스가 태어나고 다만 면역력이 약해진 현대인들이 전투에서 패할 뿐이다. 면역강화,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지를 깨닫게 한다.

(MBC라디오 좋은아침좋은얘기, 0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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